狂冬之歌(광동지가) - 미친 겨 ... - 1부<2장>

구하라 0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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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복장을 한 여자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번호와 이름을 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정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 올 것이라는 사실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을 하느냐 마느냐는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한명이었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은 대충 세어봐도 50명, 면접 통과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대기실에는 소정과 같은 또래의 여자들이 30명 정도 남아있었다. 불려 들어간 여자들은 다른 출구가 있었는지 단 한 명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 36번 조하나씨 들어오세요. "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며 대기실에서 소정의 맞은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던 굉장히 어려 보이는 소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 저 아이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




" 42번 김소정씨 들어오세요. "




" 네! "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소정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대답했다. 간호사를 따라 들어간 곳은 평범한 면접장소가 아니었다. 서류를 받는 곳으로 보이는 데스크와 칸막이로 둘러 쌓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몇 개의 구역이 있었고 먼저 들어간 여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 서류를 제출하고 이걸로 갈아 입으세요. 탈의실은 저쪽입니다. "




데스크 왼편에 서 있던 간호사가 가운과 같은 옷을 건네며 반대쪽에 있는 칸막이를 가리켰다.




"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는 탈의실 반대쪽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




탈의실 벽에 붙어 있는 설명에 따라 속옷까지 모두 벗고 가운 하나만을 걸친 소정은 행여라도 부끄러운 부분이 보일까봐 엉덩이를 겨우 덮는 길이의 가운을 거듭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탈의실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그녀의 행동은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칸막이로 구분된 검사실을 하나씩 거치면서 중고등학교 때 받았던 신체검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수치심을 자극하는 검사들이 계속 되었던 것이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것을 시작으로 옷을 다 벗은 채 신체 치수를 재고 몸의 이곳 저곳을 만져지기까지 한 다음 들어간 방에는 산부인과에서나 볼 수 있는 검사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다리를 좌우로 한껏 벌린 채 밝은 불빛 아래 누워있는 소정의 눈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검사를 받으면서 정신과 육체 모두 지칠대로 지쳐버린 소정은 힘겹게 발을 떼어 마지막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건 면접에 참여해 주신 사례로 드리는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시면 수일내로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방안에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가운을 끌어내리려 애쓰는 소정의 행동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봉투와 처음에 벗어두었던 옷가지들을 내미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그녀의 수치심을 자극했는지 소정은 그 남자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봉투와 옷이 담긴 바구니를 받아 들고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로 뛰듯이 걸어 들어갔다.






소정이 자신을 의뢰인의 법적인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변호사라 밝힌 남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여의도에 있는 한 사무실이었다.




" 그쪽으로 앉으세요. 저는 최기선이라고 합니다. 먼저 신체검사에 합격 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그 남자는 한참 동안 소정에게 그녀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나서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 이것은 계약서 입니다. 여기에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소정씨는 제 의뢰인의 소유가 되시는 겁니다. 그리고, 동의서는 가져오셨겠죠? "




일주일 동안이나 머리가 터져나갈 정도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더 이상 망설이는 건 불필요한 가식일 뿐이라 생각한 소정은 가방에서 며칠 동안 주현과 신경전을 벌이며 겨우 받아낸 동의서를 기선에게 주고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 이 동의서는 소정씨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1년 동안 자신의 신체를 의뢰인에게 제공하고 일체의 자유를 구속 당할 것을 약속하였다는 증거서류가 될 것입니다. 계약서를 다 읽으신 후에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어주세요. "




소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였지만 단 하나의 희망만은 남겨둔 소정의 눈빛은 절망 속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물론 작은 희망의 빛은 민우가 시한부 생명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소정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는 단 이틀 뿐이었다. 이제 헤어지면 살아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꼬박 하루를 민우의 곁에서 지새운 소정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게 다물어져 있는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하고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새겨놓으려는 듯 한참 동안이나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나 순전히 널 위해서 마지막 남은 자유조차 던져버리려고 해. 꼭 살아줘... 1년 후에... 네 앞에 떳떳하게 서있을 순 없겠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날 보며 웃어준다면... 그걸로 만족할께... 부탁이야... 꼭... 살아줘... "




민우의 야윈 손을 꼭 잡으며 마지막으로 그의 체온을 느끼고 있던 소정은 잡고 있던 손을 가만히 내려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어놓고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린 눈물에 흐려진 눈으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민우의 얼굴을 돌아본 소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민우를 미국의 병원으로 옮기고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는 최기선 변호사가 모두 맡아서 처리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소정은 남은 하루를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데 쓸 수 있었다. 소정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것은 몇 년 동안이나 소정을 친 아버지처럼 보살펴 주었던 소개소 사장 주현이었다. 그는 섭섭한 마음에, 바보 같은 결정을 하고 잘못될 것이 뻔한 수렁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으려 하는 소정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에 화를 내며 그녀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밤새 울어 엉망이 된 소정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 미안하다... 나한테 조금만 돈이 있었어도... "




"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은걸요... 이... 이렇게 떠나는 절 용서하세요... "






" 현관문을 들어오기 전에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어서 그 옆의 바구니에 넣도록 해요. "




소정이 이 집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들은 말은 도저히 따를 수가 없는 명령이었다. 비록 집 주위를 3m가 넘는 담이 둘러싸고 있다고 해도 환한 대낮에 그것도 이 추운 겨울날씨에 집 밖에서 옷을 벗으라는 것은 부끄러움 이전에 황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 소정에게 명령을 한 여자의 옆에는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남자까지 한 명 서 있었던 것이다.




" 뭐... 뭐라구요? "




다음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소정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소정은 화끈거리는 뺨을 한손으로 감싸며 다시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 여자를 노려보았다.




" 악! "




이번엔 좀 더 강한 느낌에 소정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반대쪽 뺨까지 얻어맞은 소정은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무슨 짓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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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 제1조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제2조 말은 허락을 받고 한다. 니 자유와 보잘 것 없는 몸뚱아리는 니 것이 아니라는걸 잊지 말아. "




" 셋을 센 후에도 그 지저분한 헝겁 조각들이 니 몸에 남아 있다면 저기서 널 노려보고 있는 개들의 조ㅈ이나 빨도록 만들어 주겠어. "




소정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욕설을 듣고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 하나. "




왠지 눈앞의 여자는 자신이 한 말은 꼭 실천에 옮길것만 같은 기분이 든 소정은 거의 찢어내듯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코트를 벗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차려 입은 정장 투피스를 모두 벗은 소정은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




그 여자는 소정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에 서 있던 남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거만한 자세로 서 있던 그 남자는 소정에게 다가와 한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양쪽 뺨을 강하게 누르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악! "




소정은 어떻게 해서든 그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비명을 질렀고 유리는 그녀의 입이 벌어진 틈을 타 미리 준비해둔 재갈을 물렸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모양의 재갈은 소정의 입이 한껏 벌어진 채 다물어 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있었다. 소정을 잡고 있던 남자는 소정의 머리채를 잡은 채 정원 한쪽에 묶여 있는 검은 도베르만을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 왜 이래요?! 아아악! 놔줘~ "




남자는 소정의 몸을 내팽겨치듯 던져버리고 구둣발로 그녀의 한쪽 팔을 거칠게 밟아 눌렀다. 뒤에서 따라오던 유리는 그녀의 반대쪽 팔을 밟아 소정이 상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 그 지저분한 속옷 쪼가리를 남겨두라고 명령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




소정은 입가에 침을 흘리며 자신을 향해 으르렁 거리는 두마리의 도베르만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 사... 살려주세요... 제발... "




소정의 애원을 들은 유리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고 예의 그 남자는 개를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기 위해 몸을 숙여 개 목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 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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